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은 7일 “이 문건은 첩보수준이 아니고 직접 만나 진술을 듣고 탐문 결과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문건의 작성자는 사직동팀의 공식 내사 착수(1월15일) 이전에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기초조사를 벌인 셈이다. 따라서 이 문건을 누가 왜 만들었으며 어떻게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손에 들어갔는지를 밝히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부각됐다.
‘최초보고서’ 중 2장짜리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99.1.18)’와 6장짜리 ‘유언비어 조사상황(99.1.19)’은 이 문건과 양식이 크게 다르다.
앞의 2문건은 제목을 ‘【 】’로 묶고 이른바 ‘햇볕 약물’을 쓰는 등 사직동팀 최종보고서와 그대로 닮았다.
그러나 ‘조사과첩보’는 제목 앞에 ‘□’를 쓰고 그 밑에 ‘’를 썼다. 이는 검찰에서 작성하는 문서 양식과 흡사하다. 따라서 ‘조사과첩보’가 검찰 내부에서 작성됐거나 가공됐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옷 사건’에 대한 6월 검찰 발표문도 ‘□’와 ‘’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 ‘조사과첩보’에는 연정희(延貞姬)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의 진술만 적혀 있어 이같은 가설에 더욱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과첩보’가 ‘조사과(사직동팀)에서 만든 첩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조사과에 준 첩보’라는 뜻도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또 사직동팀 이외의 다른 기관이 사전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전장관은 지난달 24일 특검조사에서 “검찰총장은 여러 루트의 첩보망과 정보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장래를 생각해 ‘최초보고서’의 출처는 안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초보고서’ 작성에 공식적인 검찰라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수사기획관은 “(검찰)내부에 도둑이 있는데도 잡지 않았다면 수사 결과를 국민이 납득해 주겠느냐”고 말했다. ‘검찰개입설’을 부인하는 취지다. 그러나 김전장관이 개인적인 비선(秘線)조직 등을 이용했거나 이 조직이 사직동팀과 연계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검찰이 최근 ‘사직동팀 이외의 다른 국가기관 직원’을 배정숙(裵貞淑)씨와 대질시킨 것도 주목할 대목. 검찰은 “그 ‘공무원’이 이 사건과 관련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어느 기관 소속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최초보고서’의 작성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한 구체성을 갖고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앞으로 배씨 이형자(李馨子)씨 등과 사직동팀 관계자들을 차례로 대질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최초보고서’ 작성자의 윤곽이 잡혀갈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