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파업유도 수사…파업유도 '영향' 여부 관심

  • 입력 1999년 12월 8일 01시 04분


강원일(姜原一)특검팀이 7일 공개한 대전지검의 ‘조폐공사분규 해결방안 검토’ 보고서는 특검팀 주장처럼 검찰 개입의 단서는 아니더라도 사건 초기단계에 작성된 국가기관의 공식 문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심은 이 문건이 실제로 일어난 파업유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모아진다. 문건은 이후 실제 일어난 대로 ‘조기 통폐합을 통한 파업유도’를 건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건이 대검에 보고된 다음날인 지난해 9월18일 대검 공안부는 조폐공사 파업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공안합수부회의를 열었고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 사장은 같은해 10월2일 조폐창 통폐합을 공식 발표, 노조 파업을 유도했다.

문건 내용도 노조보다 공사측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고서는 직장폐쇄조치를 풀고 임금협상을 지속할 경우 ‘사실상 공사측의 항복선언으로 노조에 주도권을 뺏기고 협상재개 과정에서 노조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공사가 구조조정안을 제시할 경우 ‘이로 인한 파업은 불법파업에 해당하며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는 등 노사간 법적지위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청은 객관적인 제3자로서 파업사태를 중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이 문건이 작성된 경위도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민감한 표현과 작성자 명의가 ‘대전지검 공안부’라는 점은 수사 초기부터 특검팀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김형태(金亨泰)특검보 등이 특검팀을 이탈한 내분사태도 이 문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강특검과 김특검보가 의견차를 보인데서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강특검은 지금까지 문건을 작성한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와 이 문건을 베껴 자신의 이름으로 보고한 대전지검 관계자,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과 송인준(宋寅準)당시 대전지검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진전부장은 특검팀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조직적 개입은 아니더라도 검찰이 타 기관에서 작성한 문건을 정확한 확인과정도 없이 자기가 만든 것처럼 보고한, 있을 수 없는 일이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강특검은 “문건과 관련된 모든 의혹사항을 수사결과 발표때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검찰 또는 정부기관이 파업유도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으며 따라서 강전조폐공사 사장 외에 검찰이나 정부 관계자를 추가 기소하지는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책적 역사적 책임은 묻겠다는 각오다. 수사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검찰의 실적자랑과 공안합수부의 과도한 역할과 기능도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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