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 大田지검]지방노동청-경찰정보 베껴 '파업보고서'제출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별검사팀은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검찰관련 부분을 어떻게 발표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수사결과를 그대로 발표할 경우 자칫하면 검찰이 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어 수위조절을 위한 회의를 몇차례 가졌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은 ‘있는 그대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한다. 수사관들은 “절망의 끝까지 가봐야 희망이 보이는 법”이라며 “검찰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심각하게 여기는 이유는 검찰이 파업유도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 아니다. 특검팀은 검찰이 파업사태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이 파업사태에 개입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파업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것처럼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7일 공개된 대전지검의 ‘조폐공사 분규 해결방안 검토’ 보고서가 단적인 사례.

특검팀 수사결과 보고서는 대전지방 노동청이 만든 것을 검찰이 스스로 만든 것처럼 재작성해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분이 검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검찰이 어떻게 다른 기관이 작성한 수준미달의 보고서를 자신이 만든 것처럼 베껴서 보고하느냐”며 한탄했다.

특검팀은 이밖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건을 여러개 확보했는데 관련 검사들은 “우리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경찰 등의 정보보고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지검에서 ‘검사장 취임 100일’을 맞아 업적보고서를 작성하며 ‘파업사태를 잘 해결했다’는 식으로 공치사를 한 것도 검찰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특검팀은 지적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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