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중요한 민생법안들이 로비에 밀려 심의자체가 무한정 표류되는가 하면 내용이 변질돼 통과되는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재정경제위의 경우 제조물의 결함으로 소비자에게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결함제조물책임법(PL법) 제정안이 상정됐으나 재경위원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한 실정. 또 이익단체의 복수단체화를 골자로 하는 공인회계사법 개정안도 소위에서 잠자는 형편이다.
법제사법위의 경우 동성동본 금혼(禁婚)조항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계와 존치를 주장하는 유림(儒林)의 틈바구니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출신 의원들이 많은 법사위는 또 정부가 제출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악했다가 반대여론이 들끓자 상임위 상정을 계속 보류 중.
산업자원위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촉진법도 한국노총과 한전노조측이 ‘일자리 감축’을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안건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건설교통위에는 택시운전사 월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기존 사납금제 고수를 주장하는 사측과 법안통과를 주장하는 노조측 눈치를 살피느라 심의에 착수조차 하지못했다.
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수정되면서 시민단체 등이 관련 의원들의 낙선운동까지 공언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은 7일 재경위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수정통과를 ‘조세개혁법안의 후퇴’로 규정하면서 소위위원 8명에 대해 “총선 때 보자”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당초 정부는 간이과세기준을 ‘4800만원 미만’으로 한정했으나 재경위는 4800만원에서 30%를 추가한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통과시켰다.
전교조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립학교법 등 교육 관련 3개법이 개악됐다”며 법안통과를 주도한 의원 등 ‘교육7적’을 발표한 뒤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관련 의원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 한 의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법안이 수정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분법적으로 사물을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