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여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노사 양측의 입장을 반반씩 수용한 중재안을 도출했다.
당초 오전 11시반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발표키로 했으나 발표계획을 취소하고 오후 4시까지 비공개회의를 계속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데까지는 큰 이견이 없었다.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대신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사용자 지급의무 없음’을 명시하되 다만 노사가 합의한 경우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유급 전임자 상한선 부분은 막판까지 논란이 됐는 데 상한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할 경우 대통령령이 정한 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구체적인 규모는 추후 논의하자는 쪽으로 결론났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할지 여부도 의견이 엇갈렸다. 유급 전임자의 상한선 규정을 두는 데 굳이 쟁의금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많았기 때문. 그러나 재계의 입장을 고려해 쟁의금지를 명문화하기로 했다.
정부와 노사정위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가를 바탕으로 노사 양측을 설득하고 동시에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 회기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결과가 불투명하다. 한국노총은 ‘쟁의행위 금지’ 신설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용자의 지급의무 없음’과 ‘유급 전임자 상한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의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명시하면 공기업의 경우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며 노조가 약한 중소기업도 사실상 노조가 쇠퇴할 것이라는 현장의 정서를 반영한 것. 이에 따라 지도부의 국민회의 당사 농성도 지속될 전망이며 총파업 등 동투(冬鬪)도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두 조항 중 하나를 얻어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재계의 반발은 무척 거세다. “재계 입장은 반영된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이 중재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정부가 이 안을 토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노사정위는 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괜히 중재안을 내놓았다가 양측 모두로부터 비난만 받고 조정력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모습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