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시민운동의 맏형노릇을 해온 경실련이지만 이 단체 사람들에게 10주년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한해 내내 극심한 내분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10년 업적’이 무색하리 만큼 바람 잘 날이 없는 한해였기 때문.
집행부의 도덕성을 둘러싼 시비는 시민단체로서는 치명적인 상처였으며 이는 “경실련이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관료적 운영의 폐단에 빠졌다”는 비판을 안팎에서 불러왔다.
거듭된 내분 속에 이 단체의 전성기를 이끌던 인재들이 속속 빠져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최근 이석연(李石淵)변호사의 신임 사무총장 취임과 함께 조직의 내분을 치유하고 이번 1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새 출발’의 의지를 다져가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 속에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실련은 내부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규약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 동안 내분에 실망해 빠져나갔던 회원과 전문가들도 최근 새 집행부의 구성과 함께 일부 복귀하는 등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환골탈태’의 노력이 외부에 전해지면서 그동안 떨어지기만 하던 회원가입율과 회비납부률도 다시 올라가고 있으며 침체돼 있던 상근자들도 차츰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특히 10일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의 내분을 청산하고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사회개혁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한 ‘21세기 비전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사무총장은 “‘시민과 함께 한다’는 초창기 정신으로 돌아가 21세기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데 노력하겠다”며 이 단체의 새천년 포부를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