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보고서 유출수사]박주선씨 옷사건 조작했다

  • 입력 1999년 12월 10일 07시 16분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작성한 옷로비 의혹사건 내사 최종결과를 축소조작해 최종보고서를 만든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사실을 왜곡해 보고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잠적중인 사직동팀 실무 수사진이 9일 오후 검찰에 사직동팀의 당시 수사상황과 옷로비의혹 사건의 사실관계를 적시한 보고서 등 관련문건을 팩스로 보내와 확인됐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신광옥·辛光玉검사장)는 9일 그동안의 조사결과와 사직동팀이 보내온 팩스의 내용을 종합 확인하고 박전비서관을 10일 소환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내사에 참여한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팩스로 보내온 관련문건을 검토한 결과 본보가 11월 26일 단독으로 보도한 ‘내사 최종보고서’는 연정희(延貞姬)씨 관련부분이 축소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직동 실무수사팀은 문제의 팩스를 대검 수사팀에 보내면서 검찰출두에 응하지 못한 것은 자신들이 상사로 모셨던 박전비서관과의 대질신문 등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사건 전말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검찰에 보낸 문건은 3종류로 △배정숙(裵貞淑)씨측이 공개한 것과 같은 최초보고서 △실무진이 작성한 내사최종보고서 △신동아그룹 박시언(朴時彦)전부회장이 공개한 최종보고서 등이다.

검찰은 이 보고서들을 검토한 결과 실무진이 작성했던 최초보고서와 내사최종보고서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연씨가 밍크반코트를 외상으로 구입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자세하게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사최종보고서는 최초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배씨와 이은혜(李恩惠)씨,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와 종업원 이혜음씨 등의 진술을 근거로 연씨의 밍크반코트 구입 경위와 반환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보고서에는 연씨가 98년 12월26일 밍크반코트를 구입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라스포사 정일순사장이 이 밍크반코트를 포장해 넣어 주었다고만 기술하고 있다.

또 반환경위에 대해서도 정사장이 전화를 걸어 “밍크반코트 가격이 700만∼800만원인데 400만원만 받겠다”고 하자 연씨가 “검찰총장 부인이 고가인 옷을 입을 수 없다”며 ‘며칠 후’ 돌려줬다고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사직동팀 내사실무자들은 이 최종보고서를 박전비서관이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틀째 조사중인 사직동팀 최광식(崔光植)경찰청 조사과장으로부터 박전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최초보고서를 작성해 박전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최과장은 2일 검찰에 소환돼 1차조사를 받을 당시 최초보고서를 작성해 박전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으나 박전비서관과의 대질신문에서 이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전비서관은 일부 언론과의 전화통화 등에서 “최과장으로부터 최초보고서를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사직동팀이 최초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직동팀에서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최영훈·신석호기자〉cyh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