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유출사건/검사 수사 어디로]조작 왜곡 드러나

  • 입력 1999년 12월 10일 19시 52분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이 사직동팀 실무진의 내사 보고를 왜곡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제 사직동팀 옷사건 내사담당자 등에 대한 확인차원의 조사만을 남겨둔 상태다.

▼수사상황과 전망▼

검찰은 사직동팀 내사 실무진이 옷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과 현장조사를 토대로 내사최종보고서를 만들어 박전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박전비서관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무진의 보고를 왜곡해 대통령 보고용인 ‘최종보고서’를 재작성한 사실을 규명한 것은 이번 수사의 최대 성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또 배정숙(裵貞淑)씨측이 공개한 ‘최초보고서’유출 경위에 대한 기초 조사를 거의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광식(崔光植)경찰청 조사과장을 소환한 8일 이후 검찰 수사는 가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최과장에 대한 조사에서 최초보고서의 출처가 사직동팀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그 작성자도 옷로비사건 내사를 맡았던 사직동팀 관계자로 압축해 가고 있다.

수사가 이같이 급진전하자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이 최초보고서의 출처와 유출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도 수사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옷로비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다음 주중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관계자는 10일 “특별검사의 수사자료를 받는 즉시 위증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와 함께 최초보고서의 유출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직동팀이 사건관련자에게 미리 내사 사실을 통보해 ‘말맞추기’에 관여했는지 △내사착수 전 의상실 장부 조작 등 증거를 은폐한 시도가 있었는지 △내사 당시 유출된 보고서의 용도 등 남은 의혹을 발표시점까지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최초보고서’의 유출 경위도 규명한 뒤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짓고 곧바로 옷로비의혹사건 관련자들의 위증 혐의와 신동아그룹의 로비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사법처리여부▼

박전비서관이 옷로비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이 드러나자 법조계는 그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우선 박전비서관이 사건을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한 것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지만 법망은 피해갈 가능성은 있다는 것.

먼저 박전비서관이 조사결과와 다른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죄목은 범의(犯意)를 입증해야 한다. 즉 박전비서관이 “연정희씨를 봐주기 위해 그랬다”고 자백하는 경우가 아니면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진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직무유기죄’도 고려할 수 있으나 보고를 한 이상 범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반응▼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수뇌부와 평검사의 반응은 당혹감과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로 엇갈렸다.

수뇌부는 말을 아끼며 ‘차세대 검찰총장감’으로 주목받았던 박전비서관의 형사처벌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선 검사들은 박전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 보다는 진상규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엄정한 검찰권 행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위용·부형권기자〉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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