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80대 남편의 가부장적인 태도 때문에 함께 살 수 없다’며 ‘황혼이혼’소송을 냈던 김창자(金昌子·76)할머니는 8일 대법원에서 소송이 기각되자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할머니의 이혼소송이 국민의 관심을 끈 것은 1월. 그는 98년 52년의 결혼생활 끝에 ‘생활비도 주지 않고 이유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등 남편의 부당한 대우가 심해 함께 살 수 없다’며 이혼소송을 낸 뒤 6월 가정법원에서는 승소했지만 12월 서울고법에서 패소한 것.
당시 재판부는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는 인정되지만 부부가 이미 고령이고 결혼 당시 가치기준을 종합할 때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할머니는 “오래 살았으니 무조건 해로(偕老)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당시의 심경이 올 1월 인터뷰를 통해 본보에 보도되면서 ‘황혼이혼’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여성단체 등에서도 “김할머니의 이혼을 인정하라”며 여론을 조성했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3월 김할머니를 ‘99년 여권신장의 디딤돌’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법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는 이런 여론에 힘입어 ‘승소’할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끝내 이혼이 불허되자 김할머니는 “내 목숨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재판결과에 충격을 받아 탈진증세를 보이고 있는 그는 “‘나이 들었으니 해로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말”이라며 “남은 인생이나마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 꿈이 물거품이 됐다”고 울먹였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