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주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디플롬을 얻고 활동하다가 공부가 더 필요함을 느끼고 다시 학위과정으로 들어가 30대에 이를 취득한 바 있다. 음악은 물론 예술의 각 분야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는 이미너무나뒤져있다.
자주 해외 연주여행을 하면서 필자는 지난 3년 사이 국제사회가 얼마나 빨리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당시 음악원 교수로 초빙될 때도 음악계 입시비리로 한국이 떠들썩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사이도 그것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고 새로운 개념의 모델이 될 수 있는 학교의 변신은 혼신을 다해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 아무리해도 납득이 안간다.
다른 나라가 다양한 제도를 가진 예술학교를 만드는데 50년이 걸렸다고 해서 우리도 50년을 기다려야 하는가.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를 숙고하면서 그만큼 시간을 벌어야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우수하고 재능있는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최대한 밀어줘야 한다. 우리가 밖에서 공부하느라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생각하면 더욱 뼈저리게 나라가 이들을 잘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는 나라의 정책의지가 너무 약해 보인다.
공동여당이 발의하고 국회 문화관광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예술대학교 설치법이 일부의 반대로 보류된 채 21세기를 맞아야 한다는 현실 앞에 문화의 세기는 과연 올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명화(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