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일 박주선(朴柱宣) 전대통령법무비서관을 귀가시킨 뒤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은 최초보고서 유출 및 축소보고라는 의혹의 초점이 박전비서관에게 쏠려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사직동팀장인 최광식(崔光植) 경찰청조사과장과 옷로비사건 내사담당자 2명으로부터 옷로비사건 내사 도중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중 ‘조사과첩보’라는 제목의 문건은 사직동팀이 올 1월15일 앙드레김 의상실 직원 등을 상대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요약한 뒤 1월16일 박전비서관에게 보고한 내용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사직동팀 실무자들은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우리 시스템상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유출혐의’가 박전비서관에게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진술이다.
이같은 진술에 대해 박전비서관은 강력히 부인했지만 검찰은 박전비서관의 반박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들이 “박전비서관을 다시 불러 최초보고서의 유출경위 등에 대해 재조사하겠다”고 말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직동팀 실무자들의 진술내용 못지않게 검찰이 전격적으로 진술내용을 공개한 배경도 주목된다.
검찰은 그동안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진술내용은 수사기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며 대답을 피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12일 밤늦게 전격적으로 사직동팀 실무자들의 진술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팀이 ‘중대결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박전비서관 수사 및 처리를 둘러싸고 수사팀에 가해지는 ‘이상기류’를 차단하고 수사를 진행시키기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박전비서관 수사 및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수사팀과 수뇌부 사이에 심각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또 박전비서관도 사직동팀 실무자들과의 대질신문에서 목청을 높이며 “내가 물러났다고 나를 모함하느냐”며 실무자들을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수사팀은 박전비서관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사법처리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박전비서관의 주장을 뒤집거나 국민을 설득할 물증확보가 이뤄질 지는 속단할 수 없다.
〈정위용·부형권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