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가 기존 음악대학과 같은 이름의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국립예술대학교 설치법안이 계류중이다. 이 학교의 명칭에 ‘국립’이란 단어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교육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대학교란 명칭은 이 학교의 특수 교육기관으로서의 특성이나 교육 내용의 차별성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부적당하다.
이 학교는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예술 실기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유럽의 음악원이나 음악고등학교는 국제 경쟁력이 없단 말인가? 실기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내용을 나타낼 수 있도록 차별화 된 학위 명을 사용해야 한다. 설립 당시부터 사용한 예술사라는 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배출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히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학위 명을 바꾸려하지 말고 이 학교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도록 교육해 예술 실기 분야에서는 학사보다는 예술사가 훨씬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결과는 조급하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좀 더 인내가 필요하다.
예술의 국제 경쟁력을 박사 학위에 의존하려는 발상은 너무나도 전근대적이다. 학위 혹은 학벌, 그리고 형식에 의존하는 사고가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다시 작용해 한국에 유일한 국가 지원 예술전문 고등교육기관의 설립목적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외국에 조기 유학하지 않은 제2의 정경화, 정명훈을 배출하는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서경선<작곡가·한양대 음악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