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유통

  • 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한동안 잠잠하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게임 소프트웨어가 대거 출시된데다 겨울방학마저 목전에 두고 있어 학생들의 ‘쌈짓돈’을 노린 ‘불법복제CD 대목’이 형성되고 있는 것.

그러나 판매조직의 수법이 갈수록 치밀하고 지능화되면서 적발이 쉽지 않아 단속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구입자 역시 크게 늘고 있는 등 ‘복제불감증’ 또한 심각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본보 취재팀은 13일과 14일 이틀동안 용산전자상가단지 일대를 돌며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유통실태와 대책 등을 입체점검했다.

▼불법복제CD 판매현장▼

13일 오후 6시반 용산전자상가단지 내의 선인상가 뒤편 지하굴다리. A군(17)이 “백업CD 있어요”라고 속삭이며 기자에게 다가왔다.

기자가 “얼마냐”고 묻자 A군은 백업CD(불법복제CD) 목록이 적힌 리스트를 보여주며 “종류에 상관없이 1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리스트에는 80여종의 소프트웨어 이름이 빽빽히 적혀 있었다. 기자가 최신 소프트웨어를 지목하자 A군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1분뒤 검은 잠바 차림의 사내가 주문한 CD를 가지고 왔다.

14일 같은 시간 선인상가 옆. 10대 소년이 10일과 마찬가지로 기자에게 접근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 소프트웨어를 지목하자 3분이 채 안돼 다른 사람이 와서 CD를 건네줬다.

▼목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용산전자상가단지 일대에서 유통되는 불법복제CD는 어림잡아 100여종. 게임류가 대부분이지만 ‘윈도98’ ‘MS오피스’ ‘한컴오피스’ 등 ‘기본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가격은 대부분 1만∼1만5000원. 정품일 경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어도비 포토샵5.5’와 ‘MS오피스’ 등도 예외가 아니다.

게임류로는 최근에 출시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와 ‘레인보우 식스2’가 많이 팔리는 편이며 ‘스타크래프트’는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있다. 이들 소프트웨어 역시 정품의 경우 5만∼6만원선이지만 여기선 1만여원에 불과하다.

국산 소프트웨어로는 ‘충무공전2’ ‘대물 낚시광’ ‘바둑 삼국지’ 등 게임종류와 ‘계몽’ ‘두산’ 등 백과사전류, ‘칵테일’등 멀티미디어류 등이 팔리고 있다. 개발에 수억원이 든 이런 대형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싸구려’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점차 지능화되는 판매조직▼

불법판매조직은 평일 오후 5∼7시, 주말과 휴일 낮 12∼오후3시경 주로 용산전자상가단지내 선인상가 주변과 그 뒤편 굴다리, 용산역주변 등 7개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1년전만 해도 벽에 판매목록을 붙이고 좌판을 벌여 ‘버젓이’ 영업을 해 왔다. 정부단속이 시작되자 이들은 망지기와 호객꾼, 판매책 등 역할을 나눠 5분 이내에 좌판을 벌이고 불법CD를 판매한 뒤 곧 사라지는 수법을 써 왔다.

그러던 중 단속이 강화되자 이들은 아예 ‘맨투맨’수법으로 전략을 바꿨다. 구매자를 찾아나서 신분을 확인한 뒤 필요한 CD를 ‘주문’해 배달책이 전달하는 수법이다. 현재 용산 일대에 이런 조직 10여개가 활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조직은 7,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개인’신분으로 영업하는 사람들까지 합칠 경우 대략 100여명 정도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의 ‘공장’에서 제품을 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PC통신에서 3000∼4000원에 구입해 다시 이를 되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은 없는가▼

불법복제 CD구입자는 대부분 10대 청소년. 이들은 정품 CD를 파는 가게에서 제품 포장을 보고 살 품목을 정한 뒤 불법판매조직을 찾아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들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구입이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를 산 신모군(15·중3년)은 오히려 기자에게 “1만5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10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의 한 관계자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의 제작 유통뿐만 아니라 구입행위 또한 범죄라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교육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미국처럼 구입자를 형사처벌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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