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사건을 나열할 때 사건 진행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좋다. 여러분 중에 다음 두 문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① 왕비가 죽자 왕도 죽었다.
② 왕비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왕도 죽었다.
①은 논리가 아니지만 ②는 논리다. ①은 사건의 나열이지만 ②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라는 원인을 제시했다. ①은 ‘왕비가 먼저 늙어 죽자 비슷한 나이였던 왕도 늙어 죽었다’는 등으로 그 원인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건 사이의 관계가 명확한 ②가 논리적 표현이 된다. 학생들은 이같은 방법을 머리에만 담아 두고 글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분명한 접속어의 사용이다.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잘못 구별해 쓰는 대표적인 접속어는 ‘그러나’와 ‘그런데’이다. ‘그러나’는 ‘역접’, ‘그런데’는 ‘전환’을 나타낼 때 쓰인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주 실수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구분해도 글 전체가 한층 짜임새있어진다.
또 ‘∼으나’‘∼는데’ 등으로 연결된 문장은 더욱 분명한 뜻을 지닌 접속어로 바꾸는 것이 낫다.
③은 실제 학생 답안에서 뽑은 문장이며 ④는 접속어를 사용하여 ③을 고친 것이다.
③다양한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게 되는데,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④다양한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왜냐하면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쨌든 △아무튼 △하여튼 등의 접속어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접속어는 서술한 논지를 갑자기 중단할 때 사용된다. 채점자가 이런 접속어를 보면 수험생이 갑자기 논지를 중단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셋째, 지나치게 단정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 학생들이 많이 쓰는 단정적 표현은 △분명히 △결코 △반드시 △절대로 △의심할 여지 없이 등이다. 이러한 표현은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없을 때 등장한다. 글쓴이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쓰지만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힘있는 표현이 아니라 바탕에 깔린 논리이다.
“현주엽보다 서장훈의 키가 더 커. 확실해. 내 말을 믿으란 말이야”라고 목에 힘을 주어 주장하는 것은 논술 답안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농구협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현주엽의 키는 196㎝이고 서장훈의 키는 207㎝야”라고 말하면 “서장훈이 더 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글, 그것이 논술문이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2000@edutopia.com
▼필기도구 엄격제한…규정 지키지 않으면 0점처리▼
논술 답안지를 어떤 필기도구로 작성해야 하는가? 연필로 써도 되는가? 볼펜으로 쓰는 경우 수정액을 사용해 고쳐도 되는가? 수험생 대부분이 궁금해 하면서도 잘 모르는 대목이다.
각 대학은 필기도구의 사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답안을 0점 처리한다.
필기도구는 수험생의 논술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필과 수정액의 사용 여부는 퇴고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현재 이화여대와 서강대만 연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수정액 사용을 허용한다. 그 외의 대학은 검은색이나 청색 볼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희대는 대학에서 지급하는 필기도구만 쓰도록 제한한다.
수험생은 자신이 쓰기 편리한 필기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끝이 굵거나 질이 나쁜 종이에 쓰면 번지는 필기도구는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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