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 조사]신공항 아파트등 불량 耐火자재 사용 화재 무방비

벽 기둥 바닥 지붕 등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에 사용되는 석고보드 암면 조립식패널 등 각종 내화(耐火)자재 가운데 상당수가 불량품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불량내화자재가 그동안 인천국제공항 및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컨벤션센터 등 국책사업 건설현장과 아파트 대형백화점 지하철역사 대형오피스텔 등 전국의 주요건물 공사현장에 대량으로 납품돼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0여개 건설현장에서 긴급수거한 27개사 37개 품목의 내화자재 품질을 테스트한 결과 현재까지 시험을 마친 8개사 10개 품목 가운데 6개 품목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

이번에 불합격 판정을 받은 업체는 ㈜금강을 비롯해 ㈜라파즈 코리아 한성판넬공업㈜ 은성기화㈜ ㈜국도테크니컬시스템 등 5개사 제품 6개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에 불합격 판정을 받은 내화자재들은 건축물에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저급품”이라며 “이 자재들이 들어간 건축물의 경우 대형화재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이에 따라 불량판정을 받은 내화자재들을 생산 납품한 것으로 드러난 업체에 대해서는 ‘내화인증 취소처분’을 내리는 한편 나머지 검사대상 업체들도 내년 2월말까지 품질검사를 마친 뒤 불량품 생산업체들에 대해서는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내화인증이 취소되면 해당업체들은 6개월간 해당품목의 생산 판매가 일절 금지되며 인증 취소 1년안에 해당 품목들에 대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건교부는 또 이미 생산된 불량내화자재 재고품은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이미 시공한 건물에 대해서도 소화시설 확충이나 전면적인 보강공사 등 보강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국 주요 건축물들이 이처럼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건축물 시공사와 자재 납품업체간에 손해배상소송 등 시비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테스트는 인천 호프집 화재 때 내화자재가 전혀 제구실을 못했다는 분석에 따라 건교부가 납품업체로부터 샘플을 받아 테스트하는 정기검사때와는 달리 직원들을 전국 건설현장에 보내 실제로 유통되는 제품을 직접 수거해 실시한 것이다.

한편 건교부는 이번 검사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전국 공사장에 납품한 수십억원 상당의 불량 석고보드 등 내화자재를 뒤늦게 정상제품으로 바꿔치기한 사실을 밝혀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