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특검팀 수사발표]검찰 수사팀 허위보고 가능성 파문

구(舊)밀레니엄의 마지막 1년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실체’가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에 의해 밝혀졌다.

특검팀의 수사결과는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 및 검찰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다. 또 검찰 수사팀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허위보고 가능성까지 제기해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로 밝혀낸 사실▼

호피무늬 반코트 배달 및 반환 경위에 대해 특검팀은 ‘98년 12월19일 배달 및 99년 1월8일 반환’ 사실을 확정해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었다. 또 ‘시가’가 1380만원인 이 코트는 연정희(延貞姬)씨가 외상구입하거나 연씨도 모르게 배달된 것은 아니며 연씨 스스로 공짜로 가져간 것으로 판단했다.

연씨의 사건 축소 은폐기도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연씨가 검찰수사, 국회 청문회 및 특검수사 직전에 정일순(鄭日順)씨 등 사건 관계자들과 옷 배달 및 반환 시기, 경위 등과 관련해 100차례 이상 전화통화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단순히 연씨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범죄(알선수재 혐의)를 숨기기 위해 사실 관계 조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씨의 은폐시도에 협조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연씨의 수사기밀 누출도 새로 밝혀진 사실. 연씨는 지난해 11월7일 신라호텔 커피숍과 12월7일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배정숙(裵貞淑)씨에게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이 구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지난해 12월17일에는 신동아그룹 전부회장 박시언(朴時彦)씨의 부인 서모씨에게 “빠르면 신정, 늦어도 구정까지 최회장이 구속될 것같다”고 말했다.

▼성과와 한계▼

특검팀은 일단 편견과 성역이 없는 수사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특검은 특검제 자체가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취지에 맞게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법조인들은 ‘특검의 존재’ 그 자체가 사건관련자들이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미진한 부분도 있다. 특검팀은 사건의 실체를 ‘포기한 로비’로 규정했다. 지난해 12월17일 최순영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방침을 전해듣고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로비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회장측에서 ‘무엇을 믿고’ 로비를 포기했는지가 분명치 않다. 신동아측이 연씨측을 포기하면서 방향을 돌린 다른 ‘선택’의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