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발표]＂최초보고서 법무비서관실서 작성＂

특별검사팀은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축소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전비서관의 혐의는 특검팀의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특검팀은 사직동팀 내사와 보고서에 대한 많은 의혹과 의문을 제기하며 박전비서관을 겨냥했다.

먼저 특검팀은 배정숙(裵貞淑)씨가 공개한 사직동팀 ‘최초보고서’는 사직동팀의 보고를 기초로 대통령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양인석(梁仁錫)특검보는 사직동팀장 최광식(崔光植·총경)경찰청 조사과장의 진술내용을 자세히 공개하면서 “사직동팀 컴퓨터로는 ‘최초보고서’와 최종보고서의 문서형식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직동팀 내부 문서는 공개된 보고서처럼 낱장으로 출력되지 않고 병풍처럼 연결돼 있다는 것.

양특검보는 따라서 “‘최초보고서’를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에게 유출한 출처도 법무비서관실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사직동팀 내사기록이 누락돼 있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라스포사 의상실과 앙드레김 의상실 직원의 진술조서 등이 빠진 채 특검팀에 전달됐다는 것.

1월 사직동팀 내사 당시에도 연씨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사직동팀이나 법무비서관실에서 성급하게 사건을 매듭지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의혹의 초점은 연씨였는데 다른 피내사자들의 소환이 모두 연씨의 연락을 거쳐 이뤄졌다”고 말했다. 연씨가 1월18일 조사를 받기 직전 라스포사 직원에게 판매장부를 조작케 한 것을 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

연씨가 남편인 김전장관의 지시로 사직동팀 조사를 받으러 갔다는 사실도 특검팀은 새롭게 밝혀냈다.

또 김전장관은 이미 1월8일에 연씨에 대한 투서가 청와대에 접수되는 등 물의가 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특검팀은 “‘그 누구’가 박전비서관이냐”는 질문에 “배정숙씨는 ‘그렇다’고 진술했지만 연씨는 ‘아니다’고 말했다”며 확답을 피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