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으로서 당연하고 정당한 결정이다.”(이완희·李完熙 성균관 가족법대책위원장)
국회 법사위가 17일 민법개정안을 심의하면서 당초 정부안에 있던 ‘동성동본 금혼제도폐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 고수방침을 결정한 것에 대한 여성단체와 유림측의 입장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성단체들은 이번에도 동성동본 금혼제도 폐지가 무산되자 20일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한국여성단체 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적 정서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법사위 결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혈연주의와 지역주의에 기대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이 문제를 내년 총선과 결부시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경숙(李京淑)간사는 “국회의원들이 17일 의결된 법사위 수정안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남녀평등사회에 적합지 않은 국회의원으로 보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7월에 목요상(睦堯相)법사위원장 앞으로 동성동본 금혼조항유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내는 등 그동안 줄기차게 금혼제도 폐지 반대운동을 펼쳐온 유림측은 법사위의 결정에 만족하면서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완희 성균관 가족법대책위원장은 “지금도 4촌이나 6촌 등 친족 사이인 남녀가 확인증 하나만 달랑 가지고 결혼하겠다고 호적신고를 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민족정서상 동성동본 결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헌재의 위헌결정이 난 만큼 금혼조항을 이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94년 전국 5개 고법과 14개 지법의 판사들도 동성동본 금혼조항이 비현실적이다는 이유로 “혼인금지범위를 부계와 모계 모두 8∼10촌 이내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