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 禁婚조항 처리 "법사위 직무유기" 여론 눈총

  • 입력 1999년 12월 20일 19시 58분


‘동성동본 금혼(禁婚)제도 폐지’가 이번에도 무산된 것을 놓고 국회 법사위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직무유기를 했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재판소는 97년 7월 민법상 동성동본 금혼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국회가 98년 12월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99년 1월1일부터 그 효력이 상실된다고 밝혀 현재 동성동본 금혼조항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조항. 실제로 대법원은 헌재 판결 이후 동성동본 남녀에 대해서도 민법상 혼인무효 대상을 제외하고는 호적신고를 허용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98년 11월 동성동본 금혼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근친혼 금지 범위를 ‘8촌 이내의 부계(父系) 및 모계(母系)혈족’ 사이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는 유림 등이 반발하자 ‘무조건 미뤄놓기’로 일관해왔었다.

헌재가 정한 1차시한인 98년 12월31일을 넘긴 법사위는 비판여론이 계속 높아가자 17일 민법조항의 ‘헌법불합치’ 상황을 해소하는 대신 현행법 고수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금혼조항이 폐지되지 않더라도 동성동본 남녀가 혼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사위원들의 태도는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손해만 본다는 ‘보신주의’ 때문이었다는 게 대체적 시각.

경실련 이석연(李石淵)사무총장은 “헌재가 동성동본 금혼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만큼 국회는 합리적인 근친혼 금지범위를 정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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