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부인이 고급 옷가게에서 반코트 한 벌을 ‘선물’받고 옷가게 주인이 궁박한 처지에 놓인 재벌회장 부인에게 옷값을 대신 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요구’한 것이 사건의 실체.
어찌 보면 단순한 이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침내 전국민적인 의혹사건이 된 것은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문 거짓말 때문이었다.
언론과 검찰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청문회에까지 나와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그것도 성경을 들먹이면서….
특검 사무실을 숙연하게 한 김태정(金泰政) 연정희(延貞姬)씨 부부의 눈물,결벽을 주장하는 정일순(鄭日順)씨의 거친 외침도 실제는 내뱉은 거짓말을 덮기 위한 제스처임이 드러났다.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20일 대검에 출두하면서 이미 거의 드러난 축소조작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 거짓말의 주인공들은 바로 자신들이 한 거짓말 때문에 국정에 막대한 혼란을 주고 국민에게 허탈과 불신을 안겨준 끝에 스스로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
타인과 어울려 한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거짓말로 인해 또다른 거짓말을 해야 될 상황에 이른다면 서둘러 정정하는 게 피해와 파장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이라는 것을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서 진실을 말할 용기와 지혜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이 남기는 아쉬움이자 교훈이다.
신석호<사회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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