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순씨 구입 밍크코트 5벌 他고관부인에 전달의혹

옷로비 의혹사건은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통해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가 남편의 구속방침을 전해듣고 포기한 것이지만 당사자들의 거짓말이 겹치면서 점차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는 이 사건을 내사하면서 연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성급하게 사건의 결론을 내리고 일부 기록을 누락했으며 검찰도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을 불충분하게 하고 수사기간을 짧게 한정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수사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은 20일 이런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 발표에서 라스포사 사장 정씨가 밍크코트 중간 도매상인 박모씨(51·여)로부터 구입한 밍크코트 6벌과 다른 곳에서 구입한 2벌 등 모두 8벌의 밍크코트 중 이형자씨 자매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2벌과 연씨가 반납한 호피무늬반코트 등 3벌을 제외한 나머지 5벌의 밍크코트는 다른 고관(高官)부인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당시 라스포사측이 김정길(金正吉)전대통령정무수석 부인 이은혜(李恩惠)씨와 천용택(千容宅)당시 국방부장관 부인 김아미씨에게도 밍크코트를 보내려 한 흔적이 있지만 본인들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연씨가 받은 호피무늬반코트는 이것과 별개의 것으로 연씨는 이 코트를 지난해 12월19일 정씨로부터 공짜로 받아 소유할 의사를 갖고 지니고 있다가 올해 1월8일 물의가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납했다고 밝혔다.

최특검은 또 “사직동팀 최초보고서와 최종보고서는 모두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실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며 법무비서관실은 연씨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일부 기록을 누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연씨는 지난해 12월17일 신동아그룹 전부회장 박시언(朴時彦)씨의 부인 서모씨에게 “신동아회장을 빠르면 신정, 늦으면 구정이 지나서 구속할 것 같다”고 말했으며 다음날 이를 전해들은 이씨가 로비를 포기하고 주변에 연씨 등 장관부인들의 고급 옷 구입 소문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