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씨 처벌진통]'사건축소 명백-고유업무일환'맞서

  • 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긴장된 검찰수뇌부
긴장된 검찰수뇌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수사팀과 수뇌부간에 어떤 이견(異見)도 없다. 단지 가치판단과 진행방법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휘부로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는 것이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얼마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옷 로비 축소조작 사건의 수사팀과 수뇌부간의 갈등설을 진화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에 대한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사이엔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21일 박전비서관의 처리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검찰총장이 검찰수뇌부회의를 긴급소집한 것도 이례적이고 2시간 가까이 격론이 벌어지면서 양쪽의 의견차이는 더 분명하게 부각됐다.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를 통한 엄정한 사법처리가 진행돼야 1년간 계속된 ‘거짓말 게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입장. 그러나 수뇌부는 ‘경우에 따라서는 진상이 안 밝혀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엉거주춤한 채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박전비서관의 ‘최초보고서’ 유출 혐의에 대한 이들간의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수사팀은 “군대조직같은 사직동팀의 콘크리트 벽을 깼다”며 박전비서관이 최초보고서를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에게 전해줘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가 상당한 물증으로 입증됐다고 말한다.

‘옷 사건’ 특별검사팀도 20일 수사발표에서 “최초보고서는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됐고 그 곳에서 유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수사팀과 시각이 같다.

그러나 수뇌부는 “받은 사람(김전장관)만 있고 준 사람이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이 직접 연결됐을 수도 있고 제3의 경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영원히 안 밝혀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즉 ‘받은 사람’인 김전장관이 입을 다물고 있는 한 웬만한 물증을 가지고는 최초보고서 유출의 실체를 밝히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수사팀은 “박전비서관이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최소한 축소한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즉 ‘조작했느냐’는 논란이 될 수 있어도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불리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뺀 것은 분명하다는 것.

반면 수뇌부는 “법무비서관이 경찰이 보고한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부 내용과 표현을 다듬은 것은 ‘수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이같은 견해 차이는 ‘박전비서관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허위보고를 했느냐’는 혐의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즉 수사팀은 “축소 보고한 만큼 국정을 농단한 중대 범죄”라는 견해지만 수뇌부는 “복합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비서관의 권한과 재량 범위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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