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긴급 소집된 대검 간부회의에서 4시간 반의 치열한 토론 끝에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방침이 결정되자 수사팀 관계자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박전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거대한 콘크리트벽 깨기’에 비유해왔다.
박전비서관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청와대 등 여권 일각에서는 박전비서관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고 검찰 수뇌부는 ‘돌다리도 두드리자’며 수사팀의 기운을 뺐다.
그러나 전직 상관인 박전비서관에 대해 실망을 느낀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입을 열면서 수사는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박전비서관과의 의리 때문에 ‘묵비권’을 행사하던 사직동팀장 최광식(崔光植·총경)경찰청 조사과장은 눈물을 떨구며 ‘최초보고서’의 작성과 보고를 실토했다.
이후 수사팀은 옷 로비 의혹의 축소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직동팀 내사 최종보고서와 관련된 디스켓 등 확실한 물증을 하나둘 확보해 나갔다. 그러나 수사팀 앞에 가로막혀 있는 것은 여전히 거대한 ‘벽’이었다.
박전비서관은 언론과 요로(要路)에 자신의 결백을 강변했고 검찰 수뇌부에서는 “김전장관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수사를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튀어나왔다.
박전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또 한 차례 도약하게 된 것은 이종왕(李鍾旺)대검 수사기획관의 사표 제출.
수사팀 관계자는 “이기획관의 ‘순교자적 자기희생’이 수사의 돌파구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이후 박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大勢)가 돼 버렸다는 것.
그러나 마지막까지 수사팀과 수뇌부의 진통은 계속됐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21일 오후 대검 간부 등 수뇌부 회의를 열었고 4시간 반의 격론이 벌어졌다.
주임검사인 박만(朴滿)감찰1과장이 박전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제시하며 수뇌부에 대한 설득을 거듭했다. 마침내 회의 분위기는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로 가닥이 잡혔고 회의를 끝낸 수뇌부의 표정도 홀가분한 듯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제 지난 1년간 온국민과 검찰을 괴롭혀온 지긋지긋한 거짓말 게임을 끝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