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수사를 맡은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팀(주임검사 박만·朴滿 대검감찰1과장)은 전날 밤 박전비서관을 귀가조치한 다음 곧바로 회의를 열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위해 박전비서관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수사팀이 내린 결론이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구속 불가피’ 의견을 낸 뒤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며 검찰 수뇌부의 결정을 기다렸다.
수사팀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이들 중 일부는 16일 사표를 낸 이종왕(李鍾旺)대검수사기획관에 이어 ‘검찰을 떠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 대검 검사장 7명과 서울고검장 서울지검장 등 고위간부들은 자칫 이번 사태가 검찰조직의 동요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며 일선검사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수뇌부도 고뇌를 거듭했다. 이날 오전부터 대검청사 7,8층 집무실을 오가며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이날의 긴장감은 이기획관이 수뇌부와 의견충돌후 사표를 내며 기자들에게 마지막 브리핑을 하던 16일과는 성격이 다소 달랐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수사도중 소환 시기 등 방법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사소한 갈등”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은 박전비서관을 구속하느냐 마느냐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긴장이었다.
검찰 수뇌부 사이에도 이견이 노출됐다. 일부 강직한 검사장들은 “주임검사인 박만과장이 보고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흔들리는 검찰 지휘부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검찰 수뇌부 회의가 열렸다. 대검청사 8층 총장 집무실에서였다. 회의가 열리는 총장 집무실 앞에는 방호원이 배치돼 보도진을 비롯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다.당초 1,2시간내에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던 회의는 오후 4시와 5시를 넘기고도 끝날줄을 몰랐다.
회의가 계속되는 동안 검찰내부의 신경은 온통 수뇌부 회의장으로 모아져 있는 모습이었다. 회의 시간중 대검에는 회의결과를 묻는 검찰내부와 외부의 전화가 빗발쳤다.
오후 7시반경 마침내 총장실의 문이 열렸다. 무려 4시간 반동안의 회의가 끝난 것이다. 차동민(車東旻) 대검 공보관이 “박전비서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결론이 났다”고 기자실에 알려왔다.
11명의 검찰 수뇌부가 결정을 내리는 동안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이번에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제 누가 검찰을 믿겠느냐”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