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등 현지방송의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사고기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나 대한항공은 공중폭발 가능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가 4월 중국 상하이(上海) 공항사고와 아주 비슷하지만 당시 일부 목격자의 진술만 듣고 공중폭발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중국정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사고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 운항고도 오르기전 추락 ▼
▽공중폭발 단정 어려워〓지금까지 알려진 사고의 개요는 사고기가 이륙직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공항 남쪽 3㎞지점에 추락했다는 것, 그리고 사고기가 운항고도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목적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전에 추락했다는 것이 전부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큰 폭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화염이 발생했고 파편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었다는 현지 목격자들의 진술이 확보돼 있지만 이것만으로 공중폭발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
▽엔진이상 혹은 화물인화 가능성〓만일 이륙직후 공중폭발했다면 엔진이상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96년 뉴욕을 출발, 파리로 향하던 미국 TWA 보잉747―400기가 이륙직후 공중폭발했는데 이 사고의 원인은 연료탱크 라인의 이상으로 밝혀졌다.
일부에서는 화물칸의 무게균형이 깨져 한쪽으로 화물이 쏠리면서 인화물질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고기에는 벤젠류 4.6㎏, 화공약품 2.4㎏, 페인트류 32㎏ 등의 특수화물이 39㎏정도 실려 있었다.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16노트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기상조건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정비불량 조종실수 가능성=사고기는 규정에 따라 올 3월12일(연 정기점검)과 12월3일(월 정기점검)에 점검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다고 대한항공은 밝혔다.
▼ 英정부가 사고조사 주도 ▼
사망한 박득규(朴得圭)기장의 경력이나 승무원들이 사고기 운항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점 등을 보면 이들의 과실로 보기도 어렵다.
박기장은 비행경력 1만3490시간의 베테랑 조종사이며 10월 이후에만 사고항로를 4번 운항했다. 또 이날 비행기를 몰기 전에 런던에서 40여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사고원인 조사=한국 미국 영국 등 3개국의 합동조사로 이뤄진다. 그러나 사고조사의 주체는 사고발생지인 영국 정부이며 항공기 제작국인 미국과 사고 항공기의 국적국인 한국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고조사에는 영국의 교통부 산하 항공사고조사반(AAIB), 항공기 제작국인 미국의 보잉사와 미연방교통안전국(NTSB), 한국의 건설교통부 항공국과 대한항공이 참여하게 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