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분위기]"안전제일 공들여왔는데…"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2분


한진그룹이 할말을 잃었다. 올 한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임직원들에게 ‘안전 제일주의’를 강조했던 한진은 이번 사고로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정확한 화물기 추락원인이 밝혀지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 그러나 잇따른 인명사고를 낸 대한항공을 모기업으로 한 한진은 또다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올 한 해 동안 기울여온 노력이 무색할 정도.

97년8월 괌공항 사고 이후 대한항공은 2000억원을 투입, 안전운항 체제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연방 항공규정의 운항절차 및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미 비행안전재단(FSF)의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200억원을 들여 제휴사인 델타항공으로부터 운항전반에 대한 진단까지 받았다. 내년 1월엔 델타항공 출신 운항안전 전문가인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부사장으로 영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김포공항 포항공항 울산공항 등지에서 잇따라 활주로 이탈사고를 낸 데 이어 올해에는 비슷한 유형의 화물기 추락사고가 중국 상하이(4월15일)와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것. 여기에 창업주인 조중훈(趙重勳)명예회장을 비롯해 장남 양호, 3남 수호씨 등이 탈세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뒤 대한항공 회장을 맡고 있는 양호씨가 구속됐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꾸준히 화물수송 부문을 강화해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에 이어 세계 2위의 화물수송 능력을 자랑해왔다. 일각에선 항공화물의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수송량이 폭증한 점과 이번 사고가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그러나 “배송량이 폭주하더라도 모든 운항기는 엄격한 비행규정을 따른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는 국세청의 탈세 추징금 확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금액이 다소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중 신형 항공기를 대거 도입,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마련해왔다. 이번 사고로 이 계획은 더욱 앞당겨지겠지만 기업 이미지 회복에는 긴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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