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최초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의 범의(犯意)가 드러났다. 연정희(延貞姬)씨가 피의자측으로부터 고급옷을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될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을 ‘보호’하려 한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그 배경에는 ‘대전법조비리사건’으로 법조인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문제되고 ‘IMF’ 외환위기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깔려 있다.
박씨가 5월말 검찰과 10월말 특별검사에 내사기록을 제출할 때 고의적으로 빠뜨린 자료의 실체도 밝혀졌다. 누락된 기록에는 ‘연씨가 사직동팀 공식내사착수(1월15일) 이전인 1월 초순 의상실 직원들에게 옷값 조작을 부탁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연씨의 사치스런 옷 쇼핑과 ‘라스포사 호피무늬반코트’의 뒤늦은 반품에 대한 증언도 있다. 따라서 연씨가 사직동팀 내사에 적극적으로 대비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연씨의 이같은 행태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직동팀장 최광식(崔光植)경찰청조사과장에게 증거 은닉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못박았다. 그러나 영장전담 김동국(金東國)판사는 “기록이 빠진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증거은닉으로 판단하기에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에 ‘추가수사’를 주문했다.
검찰이 아직 열쇠를 찾지 못한 ‘의혹의 자물쇠’도 많이 남아 있다.
‘최초보고서’의 구체적인 전달 경로와 방법이 오리무중이다. 박씨의 강한 혐의 부인(否認)과 김전장관의 침묵 때문이다. 검찰은 같은 이유로 김전장관이 어떻게 사전에 ‘내사첩보’를 입수해 연씨에게 알려줬는지도 밝히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 전까지 이들의 입을 열게 하거나 아니면 객관적인 정황이나 물증으로 확실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검찰의 과제다.
이와 함께 배정숙(裵貞淑) 이형자(李馨子)씨와 사직동팀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확한 내사착수 시점도 밝혀내야 한다. 이는 현재 빠르게 진행 중인 위증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행방이 묘연한 밍크코트 5벌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밝히는 것도 옷로비의혹을 규명하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