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방 신명수회장 24일 영장청구방침…전격소환 밤샘조사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9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사돈인 신동방 그룹 신명수(申明秀)회장이 불법 해외투자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24일 신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신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신회장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이 돈을 해외에 투자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가 이뤄질지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훈규·李勳圭, 주임검사 주철현·朱哲鉉)는 23일 오후 신회장을 전격 소환, 증권거래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22일 ㈜신동방 재정본부장 임용석(林用錫)상무를 신회장과의 공범 혐의로 구속했다.

신회장은 노전대통령과 사돈관계로 신회장의 딸이 노전대통령의 며느리다. 검찰에 따르면 신회장은 올해 3월 ㈜신동방의 부채총액이 6800억원으로 자본금의 45배에 이르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해 부도직전에 몰렸는데도 이같은 내용을 숨기고 외화가 유치돼 기업내용이 좋아지는 것처럼 꾸민 뒤 이를 바탕으로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주당 9500원에 발행하면서 유상증자를 실시, 투자자들로부터 285억원을 납입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신동방은 주식 청약대금을 납입받은 날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을 신청했으며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크게 손해를 봤다.

신회장은 또 96년 8월 말레이시아에 ‘PEI’라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 명의로 8100만달러(당시 환율로 860억원)를 빌려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포켓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신동방으로 하여금 은행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포켓커뮤니케이션은 97년 3월 미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고 신회장은 이로 인해 6100만달러를 손해봤으며 ㈜신동방은 지급보증을 한 책임을 지고 신회장을 대신해 이 돈을 갚았다고 검찰은 말했다.

신회장은 또 지난해 9월 자신이 대주주인 서울창업투자에 자금을 대주고 ㈜신동방의 전환사채 100억원어치를 인수시킴으로써 사채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꾸민 뒤 무세제(無洗劑)세탁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려 ㈜신동방의 주가가 1만8000원으로 오르자 이 전환사채중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함으로써 40억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신회장측은재무상황을 숨기고 증자를했다는혐의에 대해 “일부러숨긴것이 아니라 단순히누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외투자 실패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해외에 투자한 회사는 신회장 개인 소유가 아니라 회사 소유이므로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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