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송년회’ 대신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의미있는 송년회’를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초밥팀 직원 8명은 송년회 비용으로 1인당 5만원씩 모으다가 생각을바꿔‘뭔가 뜻있는 일’을해보기로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고민 끝에 안효주(安孝珠·41)팀장이 그동안 혼자 봉사활동을 해온 서울 금천구 시흥2동 혜명양로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90여명의 노인들에게 정성어린 ‘특제 생선초밥’을 대접하기로 한 것. 소식을 전해들은 회사측도 경비를 일부 보태기로 했다.
안팀장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면 보람도 크고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송년모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여직원 10여명도 색다른 ‘새천년 송년회’를 보냈다. 평소 유엔아동기금(UNICEF)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전상연씨(22)의 제의로 이 단체가 24일 연 ‘세계어린이 돕기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한 것.
기업체 차원에서 소란스러운 송년회를 자제하면서 봉사활동을 펴는 곳도 있다.
삼성에버랜드 임원 15명은 최근 서울 중구 예장동에 위치한 남산원(고아원)을 방문해 잠시나마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노인복지관 치매노인요양센터에서 일하는 양재훈(陽在勳)씨는 “며칠 전 어떤 분이 송년회 비용으로 마련했다며 떡 10상자와 음료수를 보내와 모처럼 노인분들이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아직도 불우시설에는 입소자는 많고 도움의 손길은 적은 게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새천년을 앞두고 연말을 뜻깊게 보내고 싶다며 불우시설의 연락처를 문의하는 전화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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