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은 대부분의 남성이 군복무를 하는 우리 현실에서 남성 대 여성의 성대결로 비화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4일 본보 사회부에는 남성들의 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가산점은 국가를 위해 젊음의 한 시기를 희생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 주조를 이뤘다.
대학생 신충선(辛忠善·24)씨는 “만약 군대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씨(28)는 “그렇다면 ‘여성고용할당제’나 고시 등에서 20%까지 여성을 합격시키는 제도도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이들 제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23일부터 하이텔과 천리안 등 PC통신도 남성들의 ‘항의의 글’로 가득찼다. 군필자들은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집단적인 의사의 표시로 자신의 군번을 띄우는 ‘군번시위’를 하고 있다.
대부분은 “여자도 군대에 보내자”는 주장을 했으며 배정길씨(ID WITCHDA) 등은 “본인이 군대 갔다온 바…, 내 자식은 절대로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라는 말로 헌재 결정에 항의하기도 했다.
박종호씨(ID KROMOFOR)는 “20대 초반의 한참 일하고 공부할 시간을 국가를 위해 바쳤는데 그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 여성들하고 경쟁을 붙여 놓는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주장했다.
헌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항의와 욕설을 담은 500여통의 글이 폭주해 오전 한때 전산망이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헌재 홈페이지에 22일까지 올라온 글과 같은 분량이 단 이틀 동안에 쏟아진 것.
또 청와대의 ‘참여마당’과 행자부 ‘열린마당’ 등 정부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는 온종일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헌재 관계자는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했지만 이처럼 거센 반발을 받을지는 몰랐다”며 남성들의 ‘이해’를 요청했다. 한 변호사는 “헌재 결정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변경될 수도 있다”며 신중하게 말했다.
공무원이나 공사 입사시험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험을 치른 일부 여성과 군면제자들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헌재에 찾아와 “초등교사 선발을 위해 1차시험에서 가산제를 적용해 840여명을 뽑았고 곧 면접을 실시해 700명을 최종 선발하는데 1차 채점을 다시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12월초 한국방송공사 입사시험을 보았다가 1차 시험에서 낙방한 군면제자 김모씨는 공사측에 “헌재 결정이 났으니 구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본보에 제보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당시 면제자들 대다수가 불합격했으며 아직 최종발표가 나지 않고 2차 합격자들에 대해 면접이 진행중인 만큼 헌재 결정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과거에 내려진 합격자 ‘발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현재 채점이 진행중인 경우에는 적용된다고 헌재는 밝혔다.
그러나 한국방송공사와 같이 1차 시험에 가산제가 적용되고 최종 합격자발표가 아직 나지 않은 경우에는 무엇을 ‘발표’로 볼 것인가에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첫번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현두·신석호·부형권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