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안형준/'행정실명제'로 비리 소지막자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08분


요즘에는 각종 과일이나 고추장 양념, 심지어 반찬에까지 제조업자의 이름 석자가 따라붙는다. 식당에도 업소주인의 이름을 상표로 내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제품의 품질을 보증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리라. 최근 모 식품회사는 새로 개발해 내놓은 매실 음료에 제품 실명제를 도입했다. 기획 개발 영업 생산 디자인 등 각 부문의 책임자 실명을 제품에 명기했다.

새해에는 더 많은 분야로 실명제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먼저 ‘접객업소 단속 실명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각 시도 위생담당 공무원들이 식품 접객업소를 단속 또는 지도 점검할 때 반드시 실명으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다.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식품 접객업소를 단속했는지 실명의 기록으로 남겨두면 불법 사례를 눈감아 주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게 되므로 업주와 공무원의 비리 사슬을 끊을 수 있고 각종 변태영업에 따른 사고 발생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단속 공무원과 공사 현장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부조리와 부패 소지를 제거하고 행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현장 실명제를 도입했다. 심지어 공사 현장을 방문하는 민간인들의 이름도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기사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여러 분야로 실명제가 확대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신용사회로 가고 있다는 명확한 징표일 것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누가 했는지 모른다”며 오리발만 내밀면 그만이던 전근대적인 행태는 실명제의 정착과 함께 사라지리라고 본다.

행정 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행정의 모든 분야에서 이같은 실명제가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행정의 부실, 정책 집행의 오류, 쓸데없는 세금 낭비에 대해 책임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책임자의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야 신뢰가 쌓이고 사회의 모든 부문이 안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안형준<강남대교수·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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