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청춘 13년을 불살랐던 직장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원통하고 분했다. 매일 술을 마셨다. 실업급여 100만원이 한달 수입의 전부였지만 빌려 쓴 부채 때문에 한달에 110만원이 은행 이자로 나갔다. 아내가 미술학원 강사로 생계를 이었다.
그러다 작년 여름, 외국계 보험사에 취직했다. 열심히 뛰었다. 건물 로비마다 붙어 있는 ‘보험 모집인 사절’ 팻말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다. 샐러리맨 시절보다 수입은 많아졌지만 마음 한구석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이 허전했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