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경련 회장단은 모두 23명. 김우중(金宇中)회장이 10월 그룹 해체와 함께 회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1석이 줄었다.
여기에 조양호(趙亮鎬)한진회장이 탈세혐의로 11월11일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신명수(申明秀)신동방회장이 외환밀반출 혐의로 이달 24일 구속됐다. 두 사람은 수감생활 중에도 그룹의 중요 정책 결정에는 간여할 수 있겠지만 전경련 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 조회장은 특히 전경련 산하 ‘Y2K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2000년을 며칠 앞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업무공백을 초래한 셈이 됐다. 신회장은 전경련 환경위원회 위원장이다.
◆김중원 최원석씨 몰락
전경련 회장단의 수난사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한일그룹의 몰락으로 김중원(金重源)회장이 회장단을 떠났고 최원석(崔元碩)동아회장도 채권단의 압력에 굴복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내주면서 자리를 털었다.
전경련은 올 2월 연례 정기총회에서 두 회장의 결원을 보충함과 동시에 ‘회장단〓총수 친목회’란 비아냥을 차단하기 위해 ‘업종별 대표성’을 가미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유상부(劉常夫)포철 이웅렬(李雄烈)코오롱 이용태(李龍兌)삼보회장이 각각 주력계열사 업종을 대표해 영입됐고 장영신(張英信)애경회장이 여성경제인 대표로 홍일점 멤버가 됐다.
그러나 당시 24명까지 늘었던 회장단은 장회장의 신당 입당에 따른 사퇴와 대우의 몰락 및 조, 신회장의 구속으로 다시 20석으로 줄어들 위기를 맞았다.
◆벤처부상 대표성 흔들
여기에 △고합(장치혁) 효성(조석래) 쌍용그룹(김석준) 등은 사세가 위축됐고 △이들 재벌과 엇비슷한 시장가치를 지닌 신생 벤처들이 부상하고 있으며 △바스프 P&G 등 국내진출 외국기업들 중 재벌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회장단회의의 ‘재계 대표성’이 크게 흔들린다는 얘기.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 같은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총수들은 수감생활만은 면했다”며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눈치.
◆개편 목소리 커져
이 때문인지 전경련이 내년 2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회장단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전경련 사무국은 이미 이사회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전경련 지배구조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총수들의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