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뇌성마비 박지효군, 한양대 특차합격 '인간승리'

“장차 저와 같은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2000학년도 대입특차모집에서 355.38점의 수능성적으로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에 합격한 박지효(朴志效·19·사진)군은 ‘말’대신 ‘필기’로 남다른 감회를 나타냈다. 박군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장애에다 혼자서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 뇌성마비장애인.신체장애를 딛고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기까지 박군이 걸어온 길은 눈물겹다.

누나의 어깨너머로 네살 때 한글과 구구단을 뗄 정도로 총명한 박군이었지만 불편한 몸때문에 재활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박군이 ‘용기’를 얻게 된 것은 초등학교 재학시절 한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서였다. 자신과 같은 증상을 가진 재활학교 출신 선배가 미 버클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 미 국무부에서 근무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것.

대학진학을 위해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일반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아들의 ‘고집’에 따라 어머니 백정신(白貞信·52)씨는 수소문 끝에 장안중학교로부터 힘겹게 입학허가를 받아냈다.

그 뒤 언어장애로 수업시간에 질문도 할 수 없었지만 주위 친구들과 교사들의 도움으로 박군은 고교졸업 때까지 한번도 반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재수 기간을 거쳐 박군의 ‘오늘’이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눈물겨운 ‘모정’이었다.

백씨는 재활학교시절부터 아들을 등하교시키는 것은 물론 고3때는 하루에 두번씩 학교로 찾아가 혼자서 식사조차 못하는 아들을 보살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핑클’을 손꼽는 신세대이기도 한 박군의 장래희망은 졸업 후 미국유학을 통해 컴퓨터 분야를 전공, ‘스티븐 호킹’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