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국민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에 반사적 기대를 가졌고 그로 인해 시민사회운동이 전례없이 주목을 받았다.
정부의 개혁이 유실되고 후진할 조짐을 보이고 제도정당들이 개혁의 최대 병목지점이 되면서, 국민은 개혁에 대한 최후의 희망을 시민사회운동에서 찾았다. 여기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정당에 못지 않은 기대와 주목을 받는 역설이 나타났다.
정부의 개혁드라이브가 존재했던 98년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은 ‘협력적 비판’이 주조를 이뤘다.그러나 올해는 ‘공세적 비판’이 주조를 이룬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시민사회운동은 소수의 이슈중심에서 다양한 이슈들로, 중앙적 이슈에서 지역적 이슈로, 소수의 거대시민사회운동조직에서 풀뿌리운동조직으로 확장됐다. 시민사회운동의 다원화와 분화가 촉진된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다원화와 분화는 시민사회운동단체들 사이에도 경쟁을 유발했다. 정치개혁이나 부정부패, 납세자운동 등 여러 이슈영역에서 일부단체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단체들 사이의 경쟁이 두드러졌다.
특징이라면 경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혁을 추동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활동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단체 연합농성 형태로 벌어진 동강 살리기 농성은 33일간이나 지속됐고 성금만도 1억2000만원이나 모였다. 이 과정에서 동강은 일약 국제적인 생태관광지가 되었다. 특별검사제 쟁취를 위한 100시간 농성에는 19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민사회운동진영에도 성찰하여야 할 점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 한해였다.
경실련사태에서 나타나 것처럼 어떻게 내부갈등을 성찰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 전문가와 상근활동가 및 회원의 협력적 분업관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전문가나 상근자 중심의 운동에서 어떻게 대중참여적 시민운동으로 발전할 것인가, 시민사회운동에도 나타나고 있는 서울중심주의 또는 중앙중심주의적 경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 등은 해결되지 않은 시민사회운동의 숙제로 남겨졌다고 생각된다.
새천년에는 한국이 과연 ‘역동적인 NGO의 나라’가 될 것인가. 이것이 새천년에 붙이는 나의 기대이자 의문이다.
조희연<성공회대 NGO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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