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치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을 제친 세계 최고수준으로 국내 청소년 흡연실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 이로써 한국은 성인흡연율(68.2%)과 함께 청소년흡연율(33.4%)도 ‘석권’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고3생 33% 뻐끔뻐끔◇
▼실태▼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동 S여대앞 S콜라텍. 최신 댄스곡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중고생들 사이의 탁자에는 탄산음료뿐이었다. 주인 김모씨(40)는 “청소년에게 절대로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업소 뒤편의 화장실문을 열자 앳된 얼굴의 중고생 5,6명이 내뿜는 담배연기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변기 위에 놓인 깡통 안에는 말버러 등 외제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중2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김모양(15·A여중3년)은 “콜라텍을 찾는 친구들 대다수가 담배를 피운다”며 “업소에서 담배를 판매하면서 화장실에서 피우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인근의 D노래방. 교복차림의 중고생들로 북적대는 5평 남짓한 10여개의 방에는 탁자마다 담배와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하루 한갑의 담배를 피운다는 이모군(16·B고1년)은 “반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담배를 피운다”며 “이미 흡연은 일부 청소년의 ‘일탈’이 아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호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떳떳이 밝혔다.
▼금연교육의 허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S병원의 금연학교.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비디오를 관람중인 50여명의 중고생들 중 30%이상이 여학생이었고 절반 가까운 숫자가 중학생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껌을 씹거나 잡담중이었고 일부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등 산만한 분위기를 다잡느라 담당교사가 애를 먹고 있었다.
◇흡연실 설치 요구도◇
일부는 8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장이나 머리모양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병원 건물 뒤편의 공터에서는 3명의 고교생들이 주위를 살펴가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수료생중 70%가 금연효과를 본다는 병원측의 답변과 달리 이들은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금연학교를 두세차례 다녀오면 ‘골초’로 낙인찍혀 선생님도 포기한다”며 교육에 참가하는 동안 오전수업만 받고 귀가하는 ‘특혜’에 더욱 신나는 표정이었다.
한 병원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교육수료 뒤 금연여부의 추후 확인은 학교에 일임해 ‘사후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흡연지도 대책▼
일선 교사들은 현재로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금연학교에 보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작구 S중의 김모교사(34)는 “사실상 흡연학생들에 대한 지도는 포기한 상태”라며 “일부 학생들은 교내에 흡연실 설치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D고의 이모교사(45·여)는 “학교 근처마다 빼곡이 들어찬 유흥업소나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주변환경이 방치되는 한 청소년 흡연지도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청소년 흡연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담배에 너무나 ‘관대한’ 사회분위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10∼20년뒤 질병 초래◇
흡연이 성인의 ‘특권’처럼 여겨지고 어디에서나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여건에서 어릴 때부터 흡연장면을 접하며 자라온 청소년들이 담배의 유혹을 피하기는 힘들다는 것. 또 담배판매수입을 주요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결국 정부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보건의료원 지선하(池善河)교수는 “담배의 중독성은 일부 마약보다 더욱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흡연 청소년들이 10∼20년 뒤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앓을 경우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범사회적 차원의 금연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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