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군 양민공습]생존자 "동굴에 소이탄 쏴…불-연기 지옥"

  • 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마을 사람들은 시커먼 연기 속에서 ‘공기…, 공기…’를 외치며 죽어갔습니다. 숨이 막혀 목을 움켜쥐고 버둥대는 사람, 몸에 불이 붙어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 한마디로 생지옥이었지요.”

6·25전쟁 당시인 51년1월20일 오전 미군의 폭격으로 마을 주민 30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2리(느티마을) 괴개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조봉원(趙逢元·64·전 제천공고 교장)씨는 당시의 악몽을 이렇게 떠올렸다.

조씨는 당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었다.

그는 “이날 미군 헬기가 날아와 동굴 입구에 불을 내는 소이탄(燒夷彈)을 발사했는데 마침 동굴에는 이불과 볏짚 등이 있어 삽시간에 동굴이 불구덩이로 변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당시 마을 주변에 미군기에 의한 폭격이 잦아 마을 사람들이 폭격을 피하기 위해 1주일쯤 전에 굴에 들어가 생활했다”고 전했다.

당시 인근 마을인 동대리에 살았다는 김현수(金賢洙·64)씨는 “매일 미군기가 오는 것을 보기 위해 뒷동산에 올라가곤 했는데 이날 정찰기 한대가 날아와 동굴 주위를 돌고 간 뒤 다시 헬기 4대가 날아와 저공비행하며 기총사격과 소이탄을 쏟아 붓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 폭격으로 마을 60여가구가 모두 불탔으며 동굴에는 숯덩이처럼 타버린 시신들이 늘비했다는 것.

당시 영춘면사무소 직원이었다는 조태원(趙泰元·76)씨는 “면사무소에서 전염병을 우려해 인부 5,6명을 동원해 보름 이상 시신을 치웠다”며 “그러나 미처 다 치우지 못했던지 다음해 봄에 개들이 사람의 유골을 물고 다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양〓지명훈기자〉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