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연구결과는 엘리트집단의 육성이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교육방식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영재들을 일찍부터 발굴해 이들을 적절한 방법으로 교육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전략적으로 영재의 조기발굴과 교육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엊그제 영재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만 만든다고 당장 수준높은 영재교육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법 제정은 국가적인 영재교육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새 법은 국립영재학교를 설립하는 것과 일선 학교내에 영재학급반을 편성하는 것 두가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창의력과 재능이 뛰어난 영재들을 모아 영재학교에 보내거나 방과후 따로 특수교육을 시키는 교육 체제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지능이 뛰어나거나 특정 분야에 걸출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본인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해 흥미를 상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정부도 법을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물심양면으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구석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국립영재학교가 문을 열었다고 할 때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영재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할 경우 또다른 입시과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한 영재를 누가 교육시킬 것이냐는 문제도 당장 뒤따른다. 영재교육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우리 교육계에는 이런 노하우가 빈약한 실정이다.
국립영재학교는 빠르면 2002년에 문을 연다고 한다. 이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영재판별 문제의 경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판별프로그램을 개발중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학계의 최근 연구성과까지 반영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자퇴러시로 황폐화된 특수목적고도 방치하지 말고 제 역할을 하도록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