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게임으로 변질된 이 사건은 확실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누구 말을 믿느냐에 따라 그 결론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형자(李馨子)씨 진술에 무게를 둔 특별검사가 6월의 서울지검 수사를 뒤집더니 대검은 28일 정일순(鄭日順)씨에게 신빙성을 두며 특검에 반박했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김동국(金東國)판사는 29일 배정숙(裵貞淑)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과 검찰의 수사를 모두 부인했다.
‘배씨가 이씨에게 연정희(延貞姬)씨의 옷값 대납을 요구했고 그 사실을 부인해 위증했다’는 것은 특검과 검찰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영장 기각은 ‘이씨의 말에 신빙성이 없어 정씨의 1억원 옷값 대납 요구를 인정하기 어렵다면 배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도 아니면 모’식의 판단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조차 외면하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변호사는 “최종 판단은 정식재판에서 내려 질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판단의 근거가 될 ‘사실’을 밝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측을 믿은 특검의 판단이 설득력이 없다”며 정씨측의 진술에 무게를 실었으나 그 역시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측의 근거는 △의상실 주인에 불과한 정씨가 실체없는 거액의 옷값을 요구했다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느냐 △연씨와 사이가 나쁜 이씨에게 옷값을 요구했겠느냐 등이 고작이다.
그러나 사직동팀과 특검의 수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정씨는 영부인과 상당한 친분을 과시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로비력’을 가진 인물.
특검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알면서도 증거를 인멸하고 중요참고인에게 거짓증언을 요구한 정씨를 구속해야 ‘옷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6월 서울지검 수사도 뒤집지 않고 특검 결과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검찰로서는 이씨보다 정씨의 말을 믿는 것이 여러가지로 이득일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전직 검찰총장까지 구속한 마당에 어떤 고려나 예외도 있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