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
헌법재판소의 현역 군필자 공무원 채용시험 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 거의 모든 여성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남성들의 거친 비난과 폭언으로 얼룩졌다. 이러한 사태가 자칫 남성 대 여성의 대결로 잘못 비칠 수 있다. 현역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의 최대 피해자는 물론 여성이다. 그러나 신체장애 생활고 저학력 등 사유로 군에 가지 못한 남성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남녀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지난해 7급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합격선은 86.42점, 9급 일반행정직은 95.50점이었다. 여성이나 군 미필자는 실수로 한두 문제만 틀려도 합격할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채용시험 공고에 ‘군 미필자 사절’이란 단서를 단 것과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제도가 여성과 장애인의 근로권을 보호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남을 판시한 것이다.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보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채용가산점이 여성과 군 미필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좀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소모적인 논쟁은 접어두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군복무자를 대상으로 제대 전 일정기간 사회적응훈련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할 수도 있고 제대 군인에게는 공무원 시험 응시기한을 2∼3년 연장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군복무 수당을 지급하거나 군복무자에게 연말 정산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
특권층의 불법 군 면제를 엄격히 차단하고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경우 공직 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성들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적다. 직업군인의 비율을 늘리면서 점차 여성에게 군대를 개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아들을 입대시키고 잠 못드는 어머니, 군 가산점 때문에 시험에 낙방한 딸을 둔 아버지가 모두 힘찬 새천년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오순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정책부장>
▼ 반대 ▼
헌법재판소가 40여년간 시행된 군 전역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가산점 제도가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헌법상 평등권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상대적 평등에 의한 혜택과 불이익이 뒤따라야만 사회 정의가 바로 선다. 제대 군인에 대한 가산점 제도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일정기간 자기 계발을 포기하고 희생을 한 데 대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로서 실질적인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남녀평등의 문제를 떠나 이 정도의 보상마저 없다면 형평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최근 병무청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고위공직자의 30% 가량이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유전면제 무전입대’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병무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제 누가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해 나라를 지키겠는가?
헌법 제39조에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학업이나 취업 준비 중 입대한 남성은 군복무 기간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취업 준비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제대 후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연령제한이 28세로 돼 있기 때문에 군복무로 인해 두세번 기회를 놓친 이들은 불평등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채용 가산점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입사 후 경력가산점 제도 도입 운운하고 있으나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까지도 연공서열 폐지와 연봉제 실시가 보편화되는 마당에 이같은 발상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제대 군인들의 사회 진출을 돕고 현역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것은 물론 사회정의 구현과 국가기강 확립을 위해 채용 가산점 제도를 존속시키고 보상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 가산점 제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사회봉사 활동을 점수로 환산해 혜택을 주는 이른바 자원봉사법을 도입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것이다.
신효철 <재향군인회 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