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직 검찰총수와 대통령법무비서관까지 구속하며 진상규명의 의지를 내보였지만 수사결과는 기대에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다.
‘사직동팀 내사(1월)→서울지검 수사(5월)→국회 청문회(8월)→특별검사(10∼12월)’에 이어 다섯번째 이뤄진 대검의 ‘종합’ 수사도 모든 의혹을 풀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대검은 특검이 ‘옷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했던 정일순(鄭日順)씨의 말을 거의 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의혹의 씨앗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검은 ‘정씨의 1억원 옷값 대납 요구’를 이형자(李馨子)씨 자매의 ‘꾸며낸 이야기’로 판단해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따라 이 부분은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영원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옷 로비의혹과 네여인의 위증▼
검찰은 이날 정씨, 연정희(延貞姬) 배정숙(裵貞淑)씨 등을 위증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형자씨 자매도 위증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
이들 ‘옷 사건’ 관련자 중 어느 누구도 ‘100%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옷 사건’의 발단을 ‘연씨를 통한 최회장 선처 부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지한 이씨가 당시 검찰총장인 김태정씨를 비방해 최회장을 불구속되게 하려고 옷 로비 사실을 왜곡 과장해 유포한 것’이라고 사건의 구도를 정리했다. ‘이형자씨의 음모론’에 무게를 실은 것.
검찰은 특히 ‘1억원 옷값 대납 요구’와 관련해 “이씨측의 진술이 수사 단계마다 달라지고 그 내용도 여건변화에 따라 구체화돼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일관되게 대납요구를 부인한 정씨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이 부분은 이씨 자매의 위증혐의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어서 위증사건에 대한 재판을 통해 ‘간접적인’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축소은폐 및 허위보고 의혹▼
검찰은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의 ‘옷 사건’ 축소 은폐 혐의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씨의 사치행위는 고위공직자의 기강확립 차원에서 사소한 문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축소보고’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즉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도덕적 행정적 책임은 분명히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지검 수사의 문제점▼
수사팀 관계자는 “서울지검이 연씨와 정씨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말했다. 연씨와 정씨는 서울지검 수사발표대로 밍크코트 배달과 반환 날짜를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했고, 그것은 위증으로 판명났다.
즉 5월 서울지검 수사는 이 두 여인의 ‘거짓말’에 놀아났거나, 연씨를 봐주기 위한 해명성 수사였던 셈.
그러나 대검은 “서울지검이 수사기간을 스스로 한정하고 조속한 수사 종결만을 서두르는 바람에 그 내용이 졸속에 그친 감은 있지만 수사관계자의 책임을 거론할 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면죄부’를 줬다.
신광옥(辛光玉)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했다”고 했지만 ‘제 식구를 봐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