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政改聯 제시 '바람직하지 않은 후보'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4·13’ 총선 혁명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선거 때마다 돈바람 연(緣)바람 지역바람 등 갖가지 ‘바람’에 휩쓸려 엉뚱한 후보를 뽑아놓고 뒤늦게 욕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2000년 총선, 국민주권 찾기 시민행동’(가칭)을 발족해 대대적인 공명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부정선거 감시라는 종래의 소극적 운동에서 탈피해 ‘정치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인사들이 공천되거나 출마할 경우 공천반대와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정개련)는 유권자들의 달라진 의식이 ‘선거혁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후보 판별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번째는 ‘도덕성 확인’.

96년 15대 총선 당시 서울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사문서위조 2회, 사기 5회 등 전과 11범이었다. 또 95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의 한 구청장 입후보자는 이혼 경력만 무려 4차례였다. 두 사람은 다행스럽게도 이런 ‘어두운 과거’가 시민단체에 의해 폭로돼 낙선했다.

헛공약 남발 여부도 도덕성을 가리는 기준 중 하나. 공약이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거창하다거나 이미 성사된 지방자치단체의 활동결과를 고스란히 자기 공(功)으로 선전하는 후보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두번째 기준은 ‘인간적 품위 유지’.

영남권의 한 현역 의원은 96년 15대 국회 개원 때 본회의장에서 상대 정당 소속 의원에게 “×같은 놈”이라고 소리쳤다. 얼마 전에는 한 여당 의원이 한 야당 여성 의원에게 “싸가지없는 ×”이라고 폭언,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국회 내에서 폭력 또는 몸싸움을 벌인 후보 △비이성적 비합리적 발언으로 의회 수준을 떨어뜨린 후보 △정파 보스에게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소신을 버리는 후보 등을 배격해야 한다는 게 정개련의 주장이다.

세번째 기준은 ‘구태(舊態)정치 극복’.

98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의 한 구청장 후보는 K초등학교동창회회장 Y고교총동창회부회장 C지역향우회회장 종친회고문 등을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소개하며 유권자들의 ‘연고의식’을 자극했다. 같은 해 영남지역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 야당 후보는 “△△지역 사람들이 서울의 우리 지역 출신 아들 딸들을 전부 목 자르고 있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孫鳳淑)소장은 “유권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 후보 또는 정당의 지역갈등 조장 여부”라고 주장한다.

네번째 기준은 ‘의정활동 평가’.

한 여당 의원은 99년에 스토킹 처벌법 등 3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97, 98년에도 국회의원 중 입법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의원으로 꼽혔다. 반면 한해 동안 발의 법안이 1,2건에 그치는 의원도 적지 않다. 그나마도 다른 의원이 추진한 법안에 이름만 빌려주는 게 대부분이어서 4년 임기 내에 단 한건도 자신이 직접 입법을 추진하지 않은 의원도 여럿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고유한 임무인 입법기능을 외면하고 정치싸움만 일삼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게 경희대 권준모(權埈模)교수의 얘기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