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요 대형백화점에서 가동중인 에스컬레이터의 상당수가 계단 발판 곳곳이 파손된 채 방치돼 어린이 손발가락 절단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연중 각종 세일행사로 하루평균 수천여명의 손님이 찾는 일부 대형매장의 경우 이같은 상황에서 안전요원이나 사고예방을 위한 보호장치마저 갖춰지지 않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
▽실태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L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수백여명의 손님이 이용중인 매장 곳곳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의 발판 곳곳이 깨진 채 운행중이었다.
이 백화점의 경우 에스컬레이터 한층당 발판이 파손된 곳이 많게는 10곳 이상이며 그 중에는 성인 집게손가락이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벌어진 곳도 있었다.
또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탑승을 위해 계단의 발판에 그려진 노란색 안전선도 상당수가 지워져 있었다.
따라서 어린이나 노약자가 계단 위로 넘어져 손가락이 낄 경우 절단사고로 ‘직결’될 위험성이 매우 높아 교체작업이 시급한데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
또 안전요원들은 매장주변만 서성거릴 뿐 승객들로 붐비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계단이 접혀 들어가는 승하차대 부분에는 틈새에 옷자락이나 신발이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솔 등 보호장치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신촌에 있는 H백화점도 안전사고의 사각(死角)지대이기는 마찬가지. 지하철 역사와 연결돼 하루 수천여명의 시민들로 북적대는 이곳도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운행중인 에스컬레이터마다 5∼10군데의 깨진 발판이 방치된 채 가동중이었으며 일부 그 틈이 5㎝이상인 곳도 있었다.
그러나 사고예방을 위한 경고문구는 허리를 굽혀야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의 승하차대 옆면에 부착돼 있을 뿐이었고 에스컬레이터 위를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어린이들을 제지하는 안전요원은 전혀 없었다.
이밖에 10여개의 다른 백화점과 대형매장에서도 발판이 깨진 에스컬레이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5세된 아들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주부 이진희씨(35·서울 마포구 아현동)는 “발판이 깨진 에스컬레이터에 오를 때마다 언론에 보도됐던 각종 사고가 떠올라 아이의 손을 꼭 잡게 된다”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보호자의 책임만 따질 게 아니라 파손된 에스컬레이터 발판의 교체 등 백화점측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아쉽다”고 말했다.
▽사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어린이들의 손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순경 서울 구로구 A백화점에서는 6세된 어린이가 에스컬레이터의 계단틈에 운동화가 끼면서 엄지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98년에는 5세된 어린이가 에스컬레이터 바닥에 넘어지면서 계단틈에 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등 매년 크고 작은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98년 ‘어린이 안전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588건중 에스컬레이터나 승강기사고가 67건으로 전체의 11.7%를 차지했으며 이로 인한 부상자수도 13명으로 집계됐다.
▽대책 전문가들은 우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일부 에스컬레이터의 시설보수가 사고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 사고피해자가 어린이들인 만큼 인파로 붐비는 대형백화점 이용시 부모들도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은 기본.
서울 송파소방파출소 김주섭(金周燮)구조반장은 “백화점측에서 고장나거나 부서진 발판을 시급히 교체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도 안전수칙을 준수, 사고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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