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기수의 상하좌우 각도를 조절하는 자세지시계는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하나씩 있다. 또 이 지시계의 상하좌우 지시치를 감시하는 비교장치가 달려 있어 1초 동안 4도이상의 차이가 나면 경고음을 낸다.
사고기는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이륙후 고도 900피트에 도달했을 때 경고음이 처음 울린후 21초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며 추락한 것으로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FDR) 분석결과 확인됐다.
▽직전 비행에서도 고장〓사고기는 사고 하루전인 22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공항을 이륙한 직후 기장석 자세지시계의 고장상태를 이미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기장은 조종을 부기장에게 맡긴 후 스위치를 ‘정상(normal)’상태에서 ‘대치(alternate)’상태로 바꿨다. 약 5초후 기장의 자세지시계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경고도 사라졌다. 항공기관사는 기장석 자세지시계가 ‘선회중 신뢰성이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정비책임 누구에게 있나〓사고기가 체류한 스탠스테드 공항에서의 정비는 대한항공과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FLS라는 현지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 정비사는 현지정비사를 조종실로 데리고 가 기장석 계기의 정비를 요구했다. 이 현지정비사의 전공분야는 항공전자가 아니었으나 일단 정비에 나섰다. 대한항공 정비사는 이때 작은 연결부위의 2번소켓이 뒤로 밀린 것을 알아냈다. 현지정비사는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항공전자분야 정비사에게 정비를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분야 전공의 다른 정비사가 불려와 정비를 마칠 때까지 대한항공 정비사가 작업상황을 지켜보았다. 대한항공 정비사는 시험가동을 한 결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OK서명을 했다.
만약 정비불량이라면 책임은 일단 대한항공측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현지정비사의 잘못이 확인되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아직도 남는 의문〓자세지시계가 완벽하게 정비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은 비행기가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륙한 후였다. 정비작업을 지켜본 대한항공 정비사가 계기이상을 사전에 조종사들에게 알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사고기에 탑승해 사망했기 때문. 따라서 조종사들이 계기결함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 비상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타슈켄트 공항 이륙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스위치를 전환함으로써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는데 사고직전엔 왜 그렇게 하지못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