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당은 가산점제도 폐지 이후 사이버공간 등에 나타난 남성들의 반발이 총선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실제로 군복무 중인 유권자는 9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55만여명 규모. 여기에 군복무를 마친 취업준비생을 합치면 이 제도 실시 여부에 따른 이해 당사자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당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피하면서 남성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해왔다. 그 결과 당정은 6일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군필자 가산점제 대신 ‘국가봉사경력 가산점제’라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즉각 “헌법정신을 무력화시키려는 조치”라며 연대투쟁을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 제도가 입법화되기까지에는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최명숙(崔明淑)사무국장은 “사기업에까지 이 제도를 권장한다면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으로도 막지 못해 온 여성들의 취업차별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정이 내놓은 ‘국가봉사경력 가산점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많다. 당정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한 경력을 봉사시간에 따라 가산점을 주겠다는 시안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배점기준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도 그동안 많은 문제를 드러냈던 중고생들의 봉사활동 점수화제도와 마찬가지로 봉사기록 허위 작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어떤 식으로든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론을 폈다. 대만의 경우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체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도 공무원 임용 때 2년 이상 복무제대 군인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는 게 당정의 설명.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 연구관은 “미국의 베테랑이란 우리와 같은 ‘모든 제대군인’이 아니라, 참전했거나 군에서 부상한 퇴역군인”이라며 “우리도 이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서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공청회 등 여론수렴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에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김진경·공종식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