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서구 오곡동의 넓은 논밭. 김포공항이 가까워 항공기 소음이 요란한 이곳은 서울시가 벽제화장장(경기 고양시)에 이어 추진중인 제2의 화장장 건립 예정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오곡동과 경기 파주시 용미리, 의왕시 청계동 등 3곳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한 이래 화장장 건립문제는 강서구의 최대 현안이 됐다.
화장장 규모는 화장로 20기 규모의 초대형. 5만여평의 땅에 연면적 5300평의 건물 4개동과 1000평 규모 장례식장, 1000평 규모의 납골당을 건립한다는 것. 시는 입지가 확정되면 설계에 들어가 2002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서울에서 유일하게 후보지에 들어간 강서구민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강서구는 지난해 6월 관내 직능사회단체장 등이 대부분 참여하는 범구민대책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해 9월 1일 5000여명의 구민이 참가한 가운데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강서구청 박순광(朴順光)문화공보과장은 “강서구에는 이미 10개 자치단체의 하수를 처리하는 가양하수처리장을 비롯해 정화조오니처리장 광역쓰레기소각장 음식물하수병합처리시설 등 다른 자치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규모 혐오시설이 있거나 건설될 예정”이라며 “화장장까지 들어서면 강서구민들의 소외감과 좌절감은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곡동 인근 주민 김모씨는 “대부분의 화장장이 임야에 있는 반면 오곡동은 농지로 아무리 최첨단 시설을 해도 소각냄새와 연기 등이 널리 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청 관계자도 “화장장 예정지에는 이미 반경 2㎞ 이내에 하수처리장 종합폐기물처리장 강서광역소각장 등이 있어 화장장까지 들어선다면 이 지역이 완전히 혐오시설 단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민들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서울시는 “벽제화장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제2화장장 건립이 불가피하다”며 “3곳의 후보지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압축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오곡동이 위치나 교통여건 등으로 볼 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솔직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민감한 사안을 내놓고 추진할 시기가 아니다”며 “그러나 화장중심의 건전한 장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정한 입지선정의 대원칙을 지키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홍 김경달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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