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연말연시 연휴를 이용해 작년 12월31일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한국을 잘 모르는 두 딸에게 모국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고 싶어 여행을 계획했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들떠 있던 두 딸은 비행기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모국의 산하를 보면서 몹시 기뻐했다.
▼딸에게 모국 실망만 줘▼
오후 3시경 김포공항에 도착한 김씨 가족은 예약한 서울 도심 P호텔까지 가려고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사가 공항 안내소 직원과 인사를 하는 등 잘 아는 사이 같아 안심했다. 운전사는 가방을 들어주고 웃음을 잃지 않는 등 친절했다.
그러나 택시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택시미터기 요금은 2만3000원이었으나 운전사는 6만원을 요구했다. 한국말이 서툰 김씨는 “N0” “NO”라며 미터기를 가리켰다.
그러나 운전사는 “미터기 요금은 미국 달러 표시”라고 우겼다. 상냥하던 표정도 험상궂게 변했다. 주먹이라도 휘두를 듯한 태도였다. 부인과 두 딸은 파랗게 질려 운전사가 원하는 대로 빨리 돈을 주고 내리자고 재촉했다. 김씨도 버티다가는 더 큰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6만원을 낼 수밖에 없었다.
▼"안전" 해외광고 무색▼
김씨는 택시에서 내리면서 회사명을 확인할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겁에 질린 가족들이 빨리 피하자며 김씨의 팔을 호텔로 잡아 끌었다. 나중에 한국여행사에 항의했지만 직원들은 “알았다”고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김씨는 최근 동아일보 도쿄지사에 전화를 걸어와 “요즘 한국에서 택시미터기 요금을 달러로 표시하느냐”고 말을 꺼낸 뒤 봉변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해외 TV광고를 통해 ‘안전한 한국으로 관광 오십시오’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한국을 다시 찾으려고 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다시는 그런일 없게…"▼
그는 “그나마 한국 피가 흐르는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나 교포가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 달라고 부탁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