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못 지키겠다는 선거법은 안 지켜도 되는 것인가, 아닌가.”
최근 시민단체의 활동을 둘러싸고 갖가지 정치적 법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7일의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을 계기로 이같은 의문들을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선관위가 17일 현재 벌어지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위법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58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의 대상인 선거법 87조와는 관계가 없는가.
“일단 관계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 시점에선 단체건 개인이건 법에 저촉되는 선거 관련 행위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할 수 있는 활동은 어떤 것들인가.
“58조에 규정에 따라 ‘당락(當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지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 의사의 표시, 입후보자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 등이다. 현재 벌어지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므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게 선관위의 결정이다.”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된 선거법 87조는 어떤 내용인가.
“‘선거기간’ 중에 단체의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거나, 지지 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다만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선거법 87조가 개정되면 시민단체는 마음대로 낙선운동을 해도 되는가.
“아니다. 선거법 87조가 개정돼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허용돼도 어디까지나 법정선거기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3월28일부터 투표일 전날인 4월12일까지)에만 허용된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선거기간 이전이므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
-87조의 개정 전망은….
“선관위가 생각하는 기본방향은 선거기간 중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되 선거운동이 가능한 시민단체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등 ‘관변단체’와 농업협동조합 재향군인회 등은 현재 다른 법에 의해 선거운동이 금지됐지만, 그보다 다른 이익단체 임의단체 유령단체 등의 난무를 어떻게 막느냐가 숙제다. 정치권에서는 민간인 운동지원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를 선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 상태에서 선거기간 전에 허용되는 시민단체의 활동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거명하지 않고 지지 반대하는 일반적 논평을 한다든지, 후보자 선택기준을 제시한다든지, 객관적 사실을 언론기관에 자료로 제공하는 것은 허용된다.”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은 제한이 없나.
“인터넷과 컴퓨터통신 등 사이버공간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이럴 경우에도 허용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런 후보는 떨어져야 한다’라는 문구는 안되지만 ‘이 후보는 이런저런 일을 했다’는 것 등은 무방하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도 허용되나.
“그렇다. 다만 기자회견 도중 특정인을 거명해 낙선시켜야 한다든지 하는 등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없어야 한다.”
-선관위가 허용기준에 ‘설립목적에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는 조건을 단 이유는….
“특정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가 고유 영역을 넘어서서 입장표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470여개의 시민단체가 망라된 총선시민연대는 어떻게 되나.
“총선시민연대의 경우 산하에 여러 단체를 포함하고 있어 의견제시가 특정 영역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재향군인회 등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의 경우도 입장 표명이 가능한가.
“그렇다. 다만 이들 사회단체도 특정인을 거명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같은 전제조건을 지킨다면 단순한 의사표시는 허용된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재향군인회가 “이런 후보는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라고 공표하면 문제가 없다.”
-해당 단체가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 어떻게 처리되나.
“선관위나 이해당사자가 수사당국에 고발하면 사전선거운동으로 단속되며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사법적 잣대가 된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