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충격적인 결과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경회)의 장준오 책임연구원(국제협력팀장)이 90∼98년 검찰의 수사결과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90년대 한국의 돈세탁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돈세탁’의 규모가 실증적인 검찰 수사자료를 토대로 추정되기는 이번이 처음. 이는 96년 한해의 국민총생산(GNP) 600조원의 9∼28%에 이르는 금액이자 72∼95년 한국 지하경제의 평균규모 8.7∼16.6%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다.
장연구원은 “90∼98년 발생한 돈세탁사건 76건의 범죄액수에다 같은 기간 발생한 1264만 건의 기타 범죄 중 돈세탁이 반드시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합쳐 계산한 결과 이같은 추정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돈세탁의 ‘생리’가 낱낱이 드러나 있다. 돈세탁 피의자들은 △자영업자 26.7% △기업의 부장급이상 관리자 또는 중하위직 공무원 17.5% △기관장이나 기업 최고경영자 13% △사채업자나 암달러상 9.6% △세무공무원 7.9%의 순이었으며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는 2.4%였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이 13.7%로 가장 많고 사기 및 배임수재가 각각 12%, 횡령과 탈세가 각각 10.2%, 재산국외도피가 8.4%의 순으로 전체의 58.1%를 차지, 각종 부정부패사범이 돈세탁의 주이용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장연구원은 “폭력조직의 ‘카드깡’에서부터 금융기관의 기업 비자금 관리대행, 유령회사의 장부조작, 그리고 스마트카드와 전자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등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회계사나 변호사 등이 합법적 신분을 이용해 돈세탁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