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조직개편안 막바지 진통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지난해 옷 로비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검찰이 조직 개편 및 기능 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번 작업에서 대검의 수사기능을 대폭 축소조정하고 각 지검과 지청 간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등 일선 현장 중심의 새로운 검찰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소홀히 취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조직개편 마무리 단계에서 특별사건 수사의 최고 사령탑인 대검 중수부장이 대통령 민정수석에 임명되고 그 아래 사정 및 공직기강 담당 비서관으로 부장급 검사 2명이 줄지어 들어가는 바람에 정치적 중립 의지를 근본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말과 형식은 ‘정치적 중립’을 외치지만 실제 행동과 내용은 ‘정치적 예속’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

조직개편안 시안의 내용은 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을 전제로 대검의 직제를 과감하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 즉 중수부를 수사 기능이 없는 참모 부서로 만든 뒤 다른 부와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수부 수사에 대한 정치적 오해와 비난이 사라질 수 있고 또 수사미진 또는 실패에 따른 검찰총장의 부담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또 대검 형사부와 강력부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 대신 대검에 재항고 심사부를 1,2개 신설해 재항고 사건(고검의 처분에 불복해 다시 수사해달라고 대검에 제기한 사건)을 전담하도록 했다.

총장 직속의 참모부서를 통합한 뒤에는 일본 검찰의 경우처럼 사안에 따라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지휘하는 ‘무보직 검사장’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5개 고검에 수사감독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해 수사와 관련된 각종 민원을 처리하겠다는 기능조정안도 나왔다.

이같은 개편안은 중앙 조직을 줄이고 일선청의 수사인력을 늘려 일선 조직의 수사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에서 마련됐으나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등 다른 부처와의 협조가 관건이다. 행자부 등에서는 무보직 검사장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개편안은 일선 검찰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일선 지검과 지청을 부장 중심의 수사체제로 개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지검 차장이 평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던 체제를 바꿔 부장에게 사건을 일괄 배당하고 부장이 다시 평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제도를 시범실시할 계획이다. 부장 검사에게 사건 배당권과 인사평정의 권한을 주고 그 책임도 부장이 지도록 함으로써 ‘현장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의 조직개편에 따라 남는 인력은 일선 지검이나 지청의 수사 부서에 배치해 민원인 상담 및 조사를 맡기고 민원인들이 검사를 만날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각 지검에 인권전담부서를 지정해 구속장소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고 가혹 행위 등 인권 유린행위에 대한 진정 사건을 집중 처리한다는 방침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일선 지검의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천지검 2차장과 서울지검 1개 부, 포항지청의 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 정치적중립 확보가 우선 ▼

그러나 이같은 조직개편 및 기능조정안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다. 무엇보다 국민과 일선 검사들의 ‘숙원’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조직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 개혁안은 검찰 중립화의 제도적 장치로 정치인 사정(司正)을 전담하는 ‘공직비리조사처’를 별도로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구에 인사와 예산상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포함돼있지 않다. 따라서 이 기구도 기존 대검 중수부의 이름과 모양만 바꾼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법원은 청와대오찬 불참 ▼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영입한다는 개혁안도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 한 변호사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5∼7명이 참석해 검찰인사의 자문기구 역할을 하던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영입돼 주요 검찰인사 원칙을 심의한다고 해서 검찰 중립에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이 보여주는 ‘행동’은 더 정치 지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에는 현직 부장 검사 2명이 대통령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임명되고 전국 검사장 회의에 참석했던 검찰간부 170여명이 청와대에 다녀왔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은 지난해 12월6일 전국 법원장회의 당시 청와대의 오찬 요청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말로는 중립을 외치지만 행동은 그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90년대 초반에 청와대와 인연을 끊고 법무비서관을 파견하지 않고 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준사법기관”이라고 자처하는 검찰이 배재욱 박주선 두 비서관을 낙마하게 한 대통령 법무비서관제도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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